한국인에 대한 오해② 한국은 버닝썬에 관대한가?

[주] 본 보고서의 주요 결과는 한국일보 정한울의 한국사람탐구 칼럼 “한국인에 대한 오해③ 한국인은 버닝썬에 관대했나? ”으로 먼저 발간되었다([한국일보] 2024.07.04 25면). 한국일보의 양해를 받아 한국일보 공표 후 본 보고서를 소개한다. 보다 정확한 맥락에 대한 이해와 자료 출처를 밝히기 위해 기사 원고 대신 긴 버전(LONG VERSION) 원고를 소개한다

얼마전 BBC가 방영한 “버닝썬: K팝 스타들의 비밀 대화방을 폭로한 여성들의 이야기”라는 다큐멘터리가 조회수 1천만을 넘는 등 이례적인 주목을 받았다. 버닝썬 사건을 통해 한국사회에서 권력과 유착된 특권 집단의 젠더범죄가 얼마나 추악했는지 전말을 밝히고 가해자들의 처벌까지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는지 보여주었다. 이러한 다큐멘터리가 해외 언론에 의해 제작되었느냐며 국내 언론을 질타하는 목소리로 이어질 정도로 반응은 뜨거웠다.

창을 얼마 내리지 않아 한 외국인의 질타의 댓글이 눈에 들어왔다. 질타의 대상은 우선 가해자들의 가벼운 형량이나 사건의 뒤를 봐준 ‘경찰총장’이 무죄를 선고 받은 사법체계에 대한 질타로 보인다. 이는 오해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한국사회의 전반의 여론이나 한국 남성들 대부분이 성폭력 범죄나 몰카사건에 관대하거나 젠더에 따라 인식이 엇갈리는 젠더갈등의 틀로 해석하면 한국사람, 한국사회 전반에 대한 상당한 오해를 낳는다. 오해의 출발은 다큐멘터리에서 정확히 표현했듯이 범행 당사자나 그들의 열성 팬들의 언행을 한국사람, 한국남자 일반의 생각으로 확대해석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특정 여성혐오 커뮤니티나 일부 온라인 공간에서 두 기자들이 유산하거나 유산할 정도로 젠더갈등을 동원하여 사건을 덮거나 가해자를 보호하려 했던 것은 사실이다. 버닝썬 대표가 “승리가 유죄라면 대한민국 남자 모두 유죄”라고 주장한 것은 대표적으로가해자들과 일부 열성팬들의 잘못된 행태를 대한민국 남자 일반의 현상으로 확장하여 가해자들을 ‘페미니스트’ 공격의 희생양으로 프레이밍보려는 시도였다.

대중여론의 관점에서 보면 버닝썬 사건에 대한 여론은 젠더간 대립하는 젠더갈등 이슈가 아니었다. 당시 버닝썬과 같은 몰카, 성폭력 범죄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사건 폭로 보도와 당사자들의 법정구속으로 양측간 공방이 치열했던 2019년에 여성정책연구원의 5,000명 조사 결과를 보자. 청년세대(19-34세 1,678명)와 기성세대(35-59세 2,333명)의 응답을 남녀 집단으로 나누어보면 ‘버닝썬 게이트 규탄’, ‘미투운동’, ‘강남역 추모시위’, ‘혜화역 시위’, ‘낙태죄 폐지’, ‘소라넷 폐지’ 등 여성의 인권과 안전, 성폭력 관련 운동에 대해서는 세대불문, 남녀불문 공통적으로 과반이상이 지지한다. 여성에 비해 남성이, 상대적으로 청년세대 남성에서 동의하는 상대적으로 낮을 뿐 집단간 갈등이슈로 보기는 어렵다. 상대적으로 ‘탈코르셋 운동’이나 ‘미러링’, ‘워마드’ 등 상대적으로 남성에 대한 공격성이 있었던 페미니즘 운동에 대해서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낮을 뿐 아니라 청년세대에서는 남녀간의 인식차이가 뚜렷했다.

그래픽=한국일보 신동준 기자

2022년 한국리서치 <여론속의여론>에서 주요 양성평등 정책에 대한 공감도를 보면 ‘스토킹 처벌’, ‘여성폭력, 성착취 근절’, ‘직장내 성희롱/성차별 조직문화 개선’과 같은 성적 안전관련 정책이나 ‘취약계층 여성 지원’, ‘출산/육아휴직’, ‘경력단절 여성 지원’ 등 지원 정책에 대해서는 80~90%가 넘게 그 필요성(매우 필요+어느 정도)을 지지했다(그림1). 2023년 1월 KBS 조사, 2023년 11월 한국리서치 조사, 2024년 6월 한국사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성범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 92~93%로 사실상 만장일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동시에 성범죄 관련 무고죄도 함께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88~89% 수준으로 높다. 성범죄 처벌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무고한 피해자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균형감각도 공존하고 있다(그림2).

그래픽=한국일보 신동준 기자
그래픽=한국일보 신동준 기자

다큐멘터리에서 사건을 파헤진 기자는 “압도적인 여론은 가해자들이 억울한 피해자”라는 프레임이 큰 압박이었다고 고백했다. 다큐멘터리에서 정확히 표현했듯이 당시 해당 기자들을 공격하고 압박했던 것은 “가해자들의 열성 팬”들이거나 “일부의 남성”들이었다. 그러나 남녀 세대구분 없는 압도적인 여론은 당시부터 지금껏 다큐멘터리의 주인공들을 지지하고 응원했다. 다큐멘터리는 묻는다. 가해자들은 이미 출소하거나 무죄를 받았고, 강남 클럽은 달라진 것이 없다고. 한국사회에서 성폭행, 성착취, 불법촬영 등에 대한 처벌이 너무 관대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만들어낸 것이 가장 큰 변화다. 다큐멘터리 주인공들의 희생과 용기가 만들어낸 성과다. 버닝썬에 관대했던 것은 사법 시스템의 판단이지 한국사람들의 생각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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