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지형①] 보수의 위기진단과 이탈보수의 복원해법

한국사람연구원 정한울 원장은 중앙선데이·한국사람연구원·한국리서치의 <2024 총선 사후 정치인식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국사람리포트 “여론으로 본 한국 보수의 위기 진단과 해법 제언” 보고서를 발간한다.

보고서의 주요 결과는 정한울 칼럼 “보수의 위기, 전문가가 본 이탈층 복원 해법: 이탈한 보수 잡으려면, 야당 엄두 못 내는 국가 과제 도전을”이라는 전면칼럼을 통해 먼저 소개한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조사방법 등록

보수의 위기가 심각하다. 2016년-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3번의 전국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했다. 과거 콘크리트 지지라고 자랑하던 보수정당 지지층이 새누리당에서 얼굴색을 바꾼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에 대한 지지를 유지하는 ‘잔류보수’와 지지를 철회한 ‘이탈보수’로 분열한 결과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40~50% 수준까지 상승했고, 보수당 지지율을 20%대에 머물렀다. 더불어민주당 우위의 유권자 정당지지 지형이 형성된 것이다.

2020년 총선에서 180석 압승한 이후 불과 2년 만에 치러진 2022년 대선에선 윤석열 후보가 역전하고, 지방선거에서는 국민의힘이 압승했다. 총선 직후에 40-50%에 달하던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는 지지를 유지한 ‘잔류민주’ 그룹과 지지를 철회한 ‘이탈민주’ 그룹으로 분열했다. 반대로 20%대에 머물던 보수정당은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이탈보수’층이 복귀하며 지지율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국민의힘 지지율은 NBS 22년 6월 1주 조사에서 48%(갤럽 6월 1주 45%)를 기록하며 ‘보수당 우위의 구도’로 역전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그림1).

2년만에 구도는 뒤집혔다. 2024년 4월에 치러진 제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의석은 108석으로 쪼그라들었다. 더불어민주당과 야당은 200석에 육박하는 압승을 거두었다. 2024년 총선을 앞두고 등장한 조국혁신당이 민주당 지지를 철회했던 ‘이탈민주’층과 ‘무당파’의 지지를 상당부분 흡수하면서 ‘민조연합(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지지’층이 보수정당 지지율을 넘어섰다(그림2).보수의 위기가 심각하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후 ‘콘크리트 지지’로 불리던 보수정당 지지층이 분열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하는 구도가 이어지다, 2022년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역전시켰으나 이후 다시 지지층에서 대거 이탈했다. 중앙SUNDAY가 올 5월 한국사람연구원·한국리서치와 함께한 총선 인식조사에 따르면 대선·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지지자 가운데 75%만 올 총선에서도 지지했다고 답했다(잔류보수). 지지를 철회한 ‘이탈보수’는 25%였다(표1). 반면 총선을 앞두고 조국혁신당이 민주당 지지를 철회했던 ‘이탈민주’층과 ‘무당파’의 지지를 상당 부분 흡수하면서 ‘민조연합(민주당+조국혁신당) 지지’층이 보수정당 지지율을 넘어섰다. 보수정당 우위의 정당 지지 구도가 2년이 채 지나지 않아 무너진 것이다.

[그림1] 2020~2022년가지의 정당 지지변화: 이탈보수의 복귀, 이탈민주의 확산

자료: NBS 정기조사(2020.7~2022.6)

[그림2] 2022~2024년까지 정당 지지변화: 이탈국힘의 재발, 이탈민주의 복귀

자료: NBS 정기조사(2022.6~2024.8)

윤석열 정부는 민주화 이후 대통령 중 이레적으로 “이념”을 국정의 전면에 내세웠다. 문제는 국민들의 눈에 극단적인 보수화로 비쳐지고 있는 것이다. 2006년부터 주기적으로 각 정당의 이념위치에 대해 유권자들이 평가한 결과를 보면 촛불이전인 2015년까지는 6점에서 7점 초반대에 머물러 있었지만, 이후 7점에서 8점대까지 육박하는 극단적 보수정당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그림4).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이념적 위치에 대한 평가도 2019년과 대선 직전이 2021년까지만 해도 5.6점~6.5점 수준으로 중도보수정도로 인식되었다. 22년 3월에는 7.3점, 총선 직후인 24년 5월에는 7.4점으로 갈수록 극단적 보수로 인식되는 상황이다(그림5). 더불어민주당이나 이재명 후보의 이념적 위치 인식도 중도로부터 멀어지면서 양극화되는 경향이 확인되나, 그 거리는 보수정당보다는 중도에 가깝다. 24년 5월 한국사람연구원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중도로부터 1.6점 떨어진 반면(5.0점-3.4점), 국민의힘은 중도로부터 2.5점 떨어졌있다(7.5점-5.0점).

[그림4] 역대 정당들의 이념위치에 대한 평가(0점 매우 진보~5점 중도~10점 매우 보수)

자료: 동아시아연구원 패널조사(2006-2012, 2017), 한국사람연구원 분석DB(2014, 2015, 2021.4, 2021.11, 2023.11), 한국일보·한국리서치(2021.5) 시사인·한국리서치(2022.3), 중앙선데이·한국사람연구원·한국리서치(2024.5)

[그림5] 역대 정당들의 이념위치에 대한 평가(0점 매우 진보~5점 중도~10점 매우 보수)

자료: 동아시아연구원 패널조사(2006-2012, 2017), 한국리서치 정치조사 DB(2014, 2015, 2021.4, 2021.11, 2023.11), 한국일보·한국리서치(2021.5) 시사인·한국리서치(2022.3), 중앙선데이·한국사람연구원·한국리서치(2024.5)
 

이념노선의 강조가 국민정서와 동떨어진 역사논쟁으로 비화되는 것도 문제다. 최근의 이념논쟁은 정책 선호에서의 이념 논쟁 보다 역사인식을 둘러싼 정체성 논쟁으로 비화되고 있다. 최근 정부와 여당의 고위직 인사들이 “건국절” 논란 등 이념을 강조하며 뉴라이트 역사관을 둘러싼 역사 논쟁으로 비화되는 데 역사 논쟁은 양 진영의 역사적, 정치적 상징인 역대 대통령에 대한 평가와 인식 충돌로 이어지곤 한다.

이점에서 역대 대통령에 대한 인식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역사 논쟁, 정치적 상징자본을 둘러싼 진영대결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게 해준다. 양 진영의 역대 대통령 각각에 대한 호감도 비율(매우+약간 호감이 간다는 응답비율)을 보면 역대 대통령 중 보수 대통령 보다 민주당 소속의 역대 대통령에 대한 정서적 애책이 앞서고 있음의 뚜렷하다.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호감 비율이 과반을 훌쩍 넘었고 역대 대통령 중 보수 대통령 보다 민주당 소속의 역대 대통령에 대한 호감이 앞서도 보수대통령에 대해서는 대체로 비호감이다.

최근 건국절 논란과정에서 보수진영이 건국의 아버지로 재조명하려는 이승만 전대통령에 대한 호감 비율은 사법처리를 받은 이명박 대통령이나 탄핵된 박근혜 전대통령과 비슷한 수준에 불과하다. 역대 보수 대통령 중에서는 박정희 대통령에 호감도가 그나마 괜찮은 편이다. 노무현 김대중 대통령에는 미치지 못해 3위에 머물고 있지만, 문재인 대통령보다는 비숫하거나 약간 앞서는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그림6). 특히 문제는 변화추이를 봐도 탄핵 이전만 해도 박정희 전대통령에 대한 호감비율이 66~68% 수준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과 선두를 다투며 상당한 경쟁 구도를 유지했는데, 촛불과 탄핵 이후를 거치며 호감 비율이 반토막이 난 후 회복이 안 되고 있다. 지지율 하락보다 국민들 인식 속에 보수정치의 정당성을 상징하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한국사회 다수가 갖던 존경과 애정이 깨진 것이 더 큰 타격일 수 있다.

[그림6] 역대 대통령 호감도 조사 “호감이 간다” 비율(%)

자료: 21’5 한국일보·한국리서치, 24’5 중앙선데이·한국사람연구원·한국리서치 웹조사

[그림7] 박정희,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 변화(%)

자료: 12’8(EAI 패널조사), 16’8(한국사람연구원·한국리서치 대면면접조사), 19’4(한국리서치 여론속의여론), 21’5 (한국일보·한국리서치 웹조사), 24’5(중앙선데이·한국사람연구원·한국리서치 웹조사)

보수의 위기 징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보수 유권자층에 대한 세분화된 분류가 필요하다. 필자는 지방선거 시기 정당 지지와 현재 정당지지를 교차하여 게속 국힘지지하는 ‘잔류보수’와 이전에는 국힘을 지지하다 지금은 지지를 철회한 ‘이탈보수’가 전략적인 최우선 타겟집단이다. 이전에는 보수정당을 지지하지 않았고 지금도 지지 하지 않는 ‘안티국힘’ 층은 전략적으로 최후순위 타겟이 되고, 이전에는 지지하지 않다가 최근 국힘이지로 유입된 뉴보수층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집단이기는 하지만 사이즈가 크지 않아 역시 잔류보수층과 이탈보수층에 순위가 밀린다.

보수이탈이 주로 보수성이 약한 중도/진보층, 수도권/PK 지역에 거주자, 20대와 4050세대에서 보수 이탈이 강했던 만큼 현재와 같은 이념정치, 역사적 정체성 정치는 이탈보수 복원에 도움이 되기 어렵다. 역대 보수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던 문제해결 역량을 보여주었던 통치능력을 갖춘 집단으로서의 이미지 및 정치적 상징의 복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의미하게 갈등 유발하며 보수의 취약한 정치적, 역사적 상징자본의 약점을 드러내는 이념/역사 논쟁 이슈나 슈인 김건희 여사 이슈를 일단락하기 위한 전향적인 인식전환이 필요해보인다. 특히 국민적 우려가 커지고 있는 의료대란 문제의 해결을 서두르고, 저출산 고령화, 지방소멸 문제 등 야당에서도 특별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국가적 도전과제를 중심으로 보수의 설득력있는 대안 제시가 보수에 대한 지지기반 확대와 주도권 회복의 핵심고리다.

현재 주요 보수 인사 및 민주당 인사들의 호감도 점수를 보면 전체 국민 평가에서는 윤대통령 호감도가 가장 낮은 2.70점이지만 한동훈 대표가 3.66점, 홍준표 시장이 3,56점, 이준석 전 대표 3.47점, 안철수 전 대표 3.38점 순으로 대체로 민주당의 리더들에 비해 낮은 호감도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김동연 지사가 4.38점, 이재명 대표가 4.12점, 조국 대표가 3.95점 순이다. 잔류보수와 이탈보수의 연합이 중요하다면 잔류국힘에서는 높은 호감도를 기록하지만 이탈보수층에서는 인기가 부족한 윤석열 대통령(잔휴국힘 6.26점, 이탈국힘 3.18점)이 주도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상대적으로 집단에서 고른 호감을 받고 있는 한동훈 대표(잔류보수 7.36점, 이탈보수 4.64점), 오세훈 시장(잔류보수 6.19점, 이탈국힘 4.72점)의 역할이 중요하다(표2).

당의 핵심 지지기반인 잔류보수층에서도 윤석열 대통령 보다 한동훈 대표 호감도가 크게 앞선 것도 중요한 지점이다. 이들 집단에서도 보수위기의 심각성을 체감하면서 포스트 윤석열 리더십과 보수 혁신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커진 결과로 보인다. 윤심을 앞세워 당대표 선거에서 한동훈 대표를 견제하려했던 시도가 당 지지층에 대한 오판에 기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통령은 민생과 국가적 도전과제에 대한 성과를 만들어내며 국정역량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데 전념하고, 이탈보수층의 지지가 상대적으로 높은 한동훈/오세훈 등의 차기 주자들이 지지를 철회한 이탈보수층의 복원을 이끈는 긴밀한 팀웍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실은 반대로 현재권력과 차기주자간 충돌과 간극이 커지고 있다. 보수의 혁신과 지지기반 회복을 낙관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출처:중앙선데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74479)

ko_KRKorean
Powered by Translate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