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에 대한 오해④ 여성폭력 용인률, 한국여성이 가장 높나?

[주] 본 보고서의 주요 결과는  정한울의 한국사람탐구 칼럼 “한국 여성을 ‘최하위’로 평가한 OECD의 이상한 보고서”으로 먼저 발간되었다([한국일보] 2024.09.05 25면). 한국일보의 양해를 받아 한국일보 공표 후 본 보고서를 소개한다. 지면관계상 원본 보고서를 상당히 단순화했다. 보다 정확한 맥락에 대한 이해와 자료 출처를 밝히기 위해 기사 원고 대신 긴 버전(LONG VERSION) 원고를 소개한다.

OECD에서 매년 발간하는 2024 OECD 사회지표 보고서(Society at a Glance 2004)에 한국여성의 가정 폭력에 대한 인식에 대해 충격적인 결과가 소개되었다. 이는 OECD 국가 및 주요 파트너 국가들의 각종 사회적 수준과 직면한 문제들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보고서이다. 보고서에 실린 “남성의 여성에 대한 폭력(violence against women)”에 대해 한국의 여성들이 다른 나라 여성들에 비해 이를 묵인(condone)하거나 사회적으로 수용(social acceptance)하는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로 나타났다.

그림8-8의 그래프를 보면 각국의 15-49세 여성 응답자들 중 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을 묵인하는 비율을 비교해보면 OECD 국가들은 열명 중 한명 정도(9.6%)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덴마크(0.0%), 벨기에(2.5%), 독일(2.5%), 포르투갈(2.5%), 오스트리아(4.0%)같은 서유럽국가들이 가장 낮은 국가군으로 나타났다. 그리스(5.0%), 호주(6.8%), 네덜란드(7.1%), 일본(7.8%)이 중간수준 국가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한국여성들의 묵인비율은 무려 40.1%다. OECD 국가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묵인비율이 높은 편인 스웨덴(13.1%), 캐나다(13.6%), 미국(13.9%)는 물론 보고서에서 한국과 함께 묵인률이 높은 국은 국가들로 주목한 칠레(31.3%), 멕시코(31.8%)를 크게 앞서는 수치다(그림1).

한국여성은 여성폭력 묵인률이 세계최고인가? 단언하기 어렵다. 우선 보고서는 해당 데이터가 WHO의 GID-DD(Gender, Institutions and Development Database 2023)의 자료에 근거하고 있으며 이는 세계가치조사(World Value Survey)와 유럽바로미터조사(Eurobarometer조사)를 활용하여 누락된 자료를 보완(complement missing data)한 결과라고 한다. 문제는 첫째, 두 다른 소스의 데이터를 가공한 결과라는 점이다. 둘째, 그럼에도 양 데이터 몇 년도 데이터 몇 번 문항의 자료를 어떻게 보완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셋째, 해당 데이터와 질문들을 추적해보면 국가간 비교가 가능한 데이터인지 갸우뚱해진다([자료1} OECD 보고서 p114-115).1 .

[그림1] 15-49세 여성의 여성폭력에 대한 용인비율(%)

우선, 공개된 세계가치조사의 경우 확인해보면 여러 상황별로 1점 ‘어떠한 경우에도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Never justifiable)’는 응답부터 10점 ‘모든 경우에 대해 항상 정당화된다(always justifiable)’는 보기로 측정한 문항 중 Q189. ‘남자가 자기 부인을 때리는 것(For a man to beat his wife)’에 대한 응답 결과로 보인다(그림2). 실제로 데이터를 다운받아 연령대를 분류한 후 분석해보면 위 보고서에서의 한국 15-49세 여성의 묵인률 41.1%는 해당 조사 응답 1점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는 비율 58.9%를 제외한 수치로 추정된다(표1). 보다 정확한 확인을 위해서는 OECD의 공식 설명이 필요하겠지만, 필자의 추정이 맞다면 과연 1번 ‘절대로 정당화 안된다’는 응답을 제외한 2~10번까지의 응답을 모두 묶어 여성에 대한 폭력을 ‘용인’한 응답으로 분류해도 될지 의문이다. 2~4번의 응답도 대체로 여성 폭력에 대해 부정적인 사람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한편, 유로바로메터조사의 경우 2016년 특별판인 젠더기반 폭력(Gender based Violence) 보고서의 데이터로 보인다. 보고서에서 유로바로메터조사의 수치는 ‘여성에 대한 가정폭력(domestic violence against women)’이 1. 모든 환경에서 수용할 만하다(acceptable in all circumstances) 2. 특정 상황에서는 수용할 수 있다(acceptable in certain circumstances) 3. 수용할 수 없지만 항상 법적으로 처벌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unacceptable but always should not be punished by law) 4. 수용할 수 없으며 항상 법으로 처벌받아야 한다(unacceptable and should punished by law) 5. 기타 보기 중 1번과 2번을 합한 비율이라고 밝혔다(자료1,그림3). 세계가치조사와 유로바로메터조사는 상이한 질문 방식과 척도를 가지고 있는 질문이다. 상이한 구조와 척도의 분항을 비교할 보정의 비법이 무엇인지 궁금하지만 아쉽게도 공식 보고서 만으로는 찾기 어렵다.

[그림2] 세계가치조사의 여성폭력에 대한 질문과 척도

[표1] 세계가치조사 2018 한국조사 결과표

출처: 세계가치조사 설문지(WVS wave 7 questionnaire)

[그림3] 2016 스페셜 유로바로메터조사 449 보고서(p11) : 젠더기반 폭력에 대한 수용성

실제로 2024년 8월에 실시한 한국리서치 여론속의여론 조사 1,000명을 500명씩 A, B두 그룹으로 임의할당(random assignment)한 후 A 그룹은 세계가치조사 방식으로 질문하고, B그룹은 유로바로미터조사 방식으로 조사하여 비교했다. A그룹의 전체 487명 응답을 보면 1점 절대로 정당화할 수 없는 행동이라는 응답은 82.3%이며 여성폭력 수용률은 17.7%(100-82.3%)인 반면, B그룹 512명 중에서는 가정폭력을 수용하는 응답인 1번과 2번 응답의 합은 2.2%(1.3%+0.9%)에 불과하다. OECD 보고서과 같이 49세 이하 여성만 선별하여 비교해도 세계가치조사 질문으로 측정할 경우 여성폭력 수용률은 8.5%(100%-91.5%)로 급감하고, 유로바로미터조사 기준으로도 1.7%(1.7%+0%) 수준에 불과하다(그림4). 실험조사 결과를 보면 첫째, 동일시점에 한국국민 대상으로 조사를 해도 여성폭력에 대한 용인률은 차이가 나타난다. 둘째, 어떠한 방식으로 측정해도 OECD 보고서에 나온 수치보다 한국여성의 여성에 대한 가정폭력 수용률은 뚜렷하게 낮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다. 다만 세계가치조사가 대면면접조사 방법을 사용한 반면, 필자의 실험조사는 웹조사라는 조사방법상의 차이 뿐 아니라 OECD 보고서에서 사용한 한국의 세계가치조사 결과는 2018년도 조사 결과라 시간상의 차이도 확인된다. 이 차이가 조사 방법의 차이인지, 조사 시점의 차이인지는 구별하기 어렵다.

[그림4] 한국사람연구원 · 한국리서치의 웹실험조사 결과

(1) A그룹 487명 : 세계가치조사 방식으로 “남편이 아내를 때리는 것”의 정당화 정도

(2) B그룹 512명 : 유로바로미터조사 방식”여성에 대한 가정 폭력(domestic violence against women)을 당신은..”

자료: 한국사람연구원 · 한국리서치(2024년 8월23일-8월26일)

보고서가 공개한 조사 데이터 자료를 보면 한국의 조사 시점은 2018년도 한국에서 미투운동이 본격적으로 제기된 해이기도 하고 한국에서 페미니즘에 대한 역풍이 불기 이전 시점이다. 한국에서 여성의 인권, 안전 문제에 대한 관심과 지지가 최고조에 달했던 시점에 한국 여성이 특히 15-49세의 상대적으로 젊은 여성들이 여성에 대한 폭력에 대해 수용적이라는 결과는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다. 두 개의 다른 데이터 소스와 문항구조가 다른 응답을 조작하여 발표하면서도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보정했는지 조차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은 국제비교 데이터를 어디까지 신뢰해야 할지 의문이다. OECD는 경제적으로만 선진국이 아니라 데이터 구축이나 분석에서도 선진국이라는 신뢰가 굳건했는데 갈수록 본 조사의 경우 매우 실망스럽다. 물론 필자의 과문함과 미숙한 추리의 문제일수도 있으나 최소한 이 보고서로 인한 혼란의 책임은 OECD에 있다고 본다. 실망이 커지는 만큼 이제 OECD등 해외 공신력 있는 기관의 데이터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비판적으로 수용할 데이터 안목을 키워야 할 시점이다

본 보고서에서 OECD 자료의 문제점을 한국여성의 젠더폭력에 대해 수용하는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난 자료의 문제점을 단순화하여 비판하기는 했지만, 단순하지 않은 문제들이 남아 있다. 세계가치조사 데이터 1-10점으로 측정한 응답의 평균을 비교해보면 다른 나라들과 달리 한국 사회에서 남편의 아내에 대한 가정폭력을 전면 부정하는 태도가 약화되는 추세가 확인되고 있다. 독일과 일본에서는 일관되게 여성 폭력을 부정적으로 보는 인식이 남녀 모두에서 감소하고 있고, 미국에서는 큰 변화 없이 유지되는 경향이 나타나지만 최소한 한국에서 15-49세 남, 녀집단 공히 남편의 아내 용인태도가 강화된 것은 분명해보인다. 대체로 남녀간에 의 데이터와 유로바로미터 데이터를 혼용하여 세계 각국여성의 인식 순위를 비교하는 것은 타당치 않음을 살펴보았지만, 한국에서 젠더폭력에 대한 수용적 태도가 강화되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해보인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추가적인 분석과 연구는 필요해보인다.

[그림5] 세계가치조사 15-49세 남여의 “남편의 아내에 대한 폭력” 용인 점수 평균 비교: 독일 ·본 · 미국 · 한국
(1에 가까울수록 “절대 정당화할 수 없다”, 10점에 가까울수록 “항상 정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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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1]. OECD Society at a Glance 2024. p114-115.

  • 각 문항의 자료 출처와 측정 방법에 대한 설명(p114)
  • 세계 각국의 15-49세 여성의 가정폭력 경험(표8-7) 및 가정폭력에 대한 인식(표8-8), 밤길 안전에 대한 인식 차이(표8-9) 결과(p115)

  1. OECD Figure 8-8. Society at a Glance 2024. p1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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