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에 대한 오해⑤ 한국은 헬조선인가? 한국 청년은 불행한가?

[주] 본 보고서의 주요 결과는  정한울의 한국사람탐구 칼럼 ‘헬조선’의 허구, 대한민국 청년은 불행한가?으로 먼저 발간되었다([한국일보] 2024.10.02 21면). 한국일보의 양해를 받아 한국일보 공표 후 본 보고서를 소개한다. 지면관계상 원본 보고서를 단순화했다. 보다 정확한 맥락에 대한 이해와 충분한 자료 전달을 위해 기사 원고 대신 긴 버전(LONG VERSION)의 보고서 원고를 소개한다.

한국사람들에 대한 다양한 오해를 낳는 대표적 분야 중의 하나가 한국사람들의 주관적 삶의 질(웹빙)의 수준이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헬조선 담론”이 유행하고, 있지도 않은 자료를 근거로 세계 최대빈국인 부탄이 세계1위 행복국가이며 이전 정부에서는 심지어 부탄의 총행복지수를 벤치마킹하려는 정책적 시도로 이어지기도 했다(정한울 한국사회 행복인식 보고서: 세가지 퍼즐 2018). 현실에 대한 오해가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언론이나 정치권에서 대한민국의 상황과 청년의 삶을 묘사할 때 “망한민국”, “OECD 국가 중 최악”, “절망과 좌절” 등 극단적으로 염세적이거나 비관적 용어들이 동원되고 한다. 상황을 강조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위기감에 기반한 관심과 행동을 동원하려는 일종의 위기 마케팅이다. 언론이나 사회에서 떠도는 얘기만 보면 한국은 국민과 청년 대다수가 절망과 좌절의 늪에 빠져 있거나 계속 악화일로의 비관적 사회로 보인다.

과연 그런가? 한국행정연구원이 2013년부터 매년 5000명~8000명 대상으로 진행하는 가장 공신력있는 국가승인통계조사 중의 하나인 ‘사회통합실태조사’는 사람의 주관적 웰빙과 안녕을 측적하는 대표적인 지표인 “주관적 행복감”과 “삶의 만족도”를 매년 조사하여 발표하고 있다. 총85,128명을 대상으로 한 2013변부터 2023년까지의 변화를 보자. 2013년~2016년까지 초기에는 행복감 점수는 6.2~6.3점, 삶의 만족도 점수 5.7~5.9점 수준에 머물렀지만 2017-2018년에는 행복감은 6.5~6.6점, 만족도 점수는 6.0~6.1 점 수준까지 상승했다. 코로나19가 발발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사회적 고립과 언택트 사회로 진입하면서 행복감과 만족도 점수는 급감했다. 코로나19가 종식되고 정상화되면서 행복감과 삶의 만족도는 다시 복원되기 시작했다. 2021년~2023년 행복감은 6.68~6.73점, 만족도 6.30~6.48점까지 상승하여 코로나 이전 수준을 능가하여 상승하고 있다. 헬조선 정서가 사회의 일반적인 현상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림1] 연도별 주관적 웰빙 평가(행복감과 삶의 만족도 평가)(2013-2023년, 0~10점)

자료: 한국행정연구원 사회통합실태조사(2013-2014, 85,128명)

문제는 경제적 불평등이 사회적 웰빙의 불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 사회가 헬조선 상황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행복감과 삶의 안녕은 소득수준에 비례한다. 국가적 수준의 분석에서는 경제적 풍요가 반드시 삶의질과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소위 ‘이스털린의 역설’이 작동하지만 개인수준에서는 가구소득이 개인의 행복과 삶의 질 수준을 상당부분 결정한다. 을 강화시키는 요인이다. 그림2의 2023년 조사결과만 봐도 소득 200만원 미만의 층에서는 행복감 점수가 6.1~6.3점, 삶의 만족도 점수가 5.6~6.1 점 수준이지만 월소득 900만원 이상층에서 행복감 정수는 7.2~7.3점, 만족도 점수도 6.8~7.1점으로 차이가 뚜렷하다. 경제적 불평등이 행복의 불평등으로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최근 저출산 고령화 대책이나 복지정책에서 경제적 지원정책에 대한 냉소적 태도가 커지고 있는데 현실을 보면 여전히 취약층에 대한 경제적 지원 정책은 중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림2] 가구소득수준별 행복감과 삶의 만족도 평가 점수(2023년, 0-10점)

자료: 한국행정연구원 사회통합실태조사(2023, 8,221명)

사회적 위험에 대응할 사회적 네트워크와 개인의 신체적 건강도 주관적 행복과 삶의 만족도에 매우 중요하다. 같은 사회자본의 크기와 건강 수준이 중요하다. ‘갑자기 목돈이 필요할 때 빌릴 수 있는 사람의 수’, ‘우울할 대 사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의 수’, ‘몸이 아플 때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의 수’가 많을수록 행복감 점수 및 삶의 만족도 점수가 일관되게 높다(그림3). 사회적 자본 못지 않게 개인 건강 수준이 행복과 삶의 질에 매우 중요하다. 건강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 것이라는 격언처럼 건강이 나쁜 편이라고 답한 사람은 행복감 4.1~5.6점, 만족도 점수가 3.6~5.4점 수준에 불과하지만, 건강 상태가 나아질수록 행복도 점수 및 삶의 만족도 점수가 급격히 개선된다. 건강이 좋은 편이다 응답층에서는 행복도 6.9~7.2점, 삶의 만족도는 6.6점~7.0점 수준으로 뚜렷한 차이를 보여준다(그림4). 경제적, 관계적 차원의 사회적 위험과 개인 수준에서는 건강 위험에 대한 대응력과 복원력이 행복을 떠받치는 가장 큰 동력임을 알 수 있다.

[그림3] 사회적 자본과 주관적 웰빙

자료: 한국행정연구원 사회통합실태조사(2023, 8,221명)

[그림4] 건강과 주관적 웰빙

자료: 한국행정연구원 사회통합실태조사(2023, 8,221명)

연령요인은 어떨까? 필자는 2018년 행복인식조사 보고서에서 나이와 행복간의 관계에 대해서는 크게 (1) 노년세대 불행론(Winkelman and Winkelmann 1998) (2) 중년세대 불행론( 중년까지는 하락하다 노년시기에 상승하는 U자형 포물선 Clark and Oswald 1994) (3) 청-노년 불행론(중년까지 상승하다가 노년기에 하락하는 역U자형 포물선 Alesina et al. 2004) (4) 세대 차이는 없다(flat 형, Easterlin et al. 1994)는 주장이 대립해왔다고 주장했다(정한울 한국사회 행복인식 보고서: 세가지 퍼즐 2018). 그러나 서명옥 의원실이 제공한 행정연구원 사회통합실태조사의 연령 변수를 청년실태조사에서 사용하는 연령 분류 기준으로 분류해보면, 몇 몇 예외적인 해를 제외하면 일관되게 청년기에 행복감이 높고 노년일수록 불행한 패턴이 일관되게 확인된다(그림5, 청년 18-34세, 중년 35-49세, 장년 50~64세, 노년 65세 이상으로 분류, 정세정 외 2022 2022년 청년 삶 실태조사노인복지법 기준). 시기별 변화추이를 봐도 청년층의 행복감과 삶의 만족도 역시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그림6). 청년의 삶을 비관적으로만 묘사하는 것도 청년층의 어두운 면을 과장하는 것일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입시, 취업 경쟁등으로 사회적 스트레스와 경쟁 압력을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청년기는 인생 중 가장 건강하고 활력을 가진 시기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청년세대 절망론은 청년세대의 일면만을 주목한 결과일 수 있다.

[그림5] 세대별와 주관적 웰빙(행복감과 삶의 만족도)

자료: 서명옥 의원실, 한국행정연구원 사회통합실태조사(2023 8,221명)

[그림6] 세대별 주관적 웰빙 변화추이

자료: 서명옥 의원실, 한국행정연구원 사회통합실태조사(2013-2023 85,128명)

위기감이 단기적인 관심과 행동을 불러 일으키는데 효과적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냉소과 체념, 비관주의와 철저한 이기주의적 분위기를 확산시켜 장기적으로는 집단행동의 딜레마를 심화시킨다. 위기감이 단기적인 관심과 행동을 불러 일으키는데 효과적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냉소과 체념, 비관주의와 철저한 이기주의적 분위기를 확산시켜 장기적으로는 집단행동의 딜레마를 심화시킨다. 정말 한국에는 비관적인 사람들로 가득찬 비관의 국가일까? 데이터는 심각한 우려를 보여주는 대목과 건강하고 긍정적인 모습도 보여준다. 특히 젊은 세대의 행복감과 주관적 웰빙상태에서 부정적인 단면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청년의 삶’의 어두운 면에 대한 대책은 필요하겠지만 이를 위한 수단으로 과도하게 어두운 면만 보는 것은 위험하다. 체념과 동반 무력감을 확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집단적 비관주의는 너도 나도 “나도 피해자”라는 인식을 확산시켜 문제해결을 위한 주도적 행동보다 나도 수혜를 받아야 한다는 수동적인 행위자를 양산할 수 있다. 청년 삶의 위기요인과 건강성에 대한 균형잡힌 진단이 중요한 때이다.

한국일보 정한울의 한국사람탐구 2024년 10월 2일자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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